The artwork featured on the cover of Ponder Review, Vol. 8-1.

Illumination 14X11 in / Acrylic, Dye on Linen / 2024
이 작품은 Ponder Review, Vol.8-1표지에 수록된 작품이다. P51,P75 작품과 기사가 수록되어있다.
빛은 형태를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존재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맨드라미와 거미의 기억을 왜곡하고 재구성하여 그린 것이다. 강렬한 붉은 색조의 덩어리는 맨드라미의 이중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송이는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지만, 동시에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곁을 휘감는 선들은 거미의 잔상을 닮았다. 보이지 않는 실을 엮듯 공간을 가로지르며, 감각과 기억 사이를 떠도는 형상으로 스며든다.
색들은 서로를 스며들 듯 번지며, 경계를 허문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과 차갑게 가라앉은 푸른 기운이 공존하며, 이질적인 두 존재를 하나로 묶는다. 맨드라미의 꽃잎과 거미의 움직임이 뒤섞이며, 형태는 분명하면서도 흐릿하게 남는다.
“Illumination” 빛이 닿는 순간, 모든 것은 새롭게 태어난다. 여기서 빛은 단순한 물리적 존재가 아니다. 감각을 일깨우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며, 기억과 형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는 흐름이다. 익숙했던 것들은 낯설어지고, 낯설었던 것들은 새로운 질서를 갖는다.
이 작품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오히려 빛과 감각, 생명과 변형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맨드라미와 거미는 서로 다른 존재지만, 빛 속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고,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세계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