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familiar Memory (낯선 기억) 162.2 x 130 cm / Mixed media on canvas / 2024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선명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흐려지고 변형된다. 나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며 씨앗을 불어 날리는 것을 좋아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작고 하얀 씨앗들은 마치 기억의 조각처럼 멀리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기억하는 민들레가 진짜였는지, 혹은 꿈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였는지 혼란스러워졌다.
이 작품은 그런 흐릿하고 변형된 기억에서 출발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노란 민들레는 어린 시절의 작은 기억이 시간이 지나며 왜곡되고 커진 모습을 상징한다. 현실에서는 작고 연약한 꽃이지만, 기억 속에서는 거대하고 장렬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민들레는 바람에 흩날리며 사라지는 존재이지만, 이 그림 속에서는 마치 태양처럼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이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으로 변형되어 가는 과정과 닮아 있다.
휘어진 덩굴들은 기억의 길을 따라가는 듯 유동적으로 흐르고, 붉은 형상은 불꽃처럼 타오르며, 꿈속에서 본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기억 속 장면이 점점 명확한 형태를 잃고 감각적인 인상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이 작품도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구성한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기억의 유동성과 왜곡을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가 떠올리는 기억은 언제나 같지 않으며, 감정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재구성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다시 만들어진, 나만의 기억 속 민들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던 모습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 그림을 보는 이들도 자신의 기억속에서도 이런 낯선 풍경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억이 왜곡될수록 우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다.
당신이 기억하는 민들레는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