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가장자리 / 116.8 X 90.9 cm / Acrylic on canvas / 2025
햇살이 천천히 내려앉는 오후,
그 빛에 닿은 몸은 조용히 풀어지고, 숨결은 느릿해진다.
어느새 시간도 흐르지 않고, 잠시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 같다.
나는 그 순간을 ‘시간의 가장자리’라고 부른다.
하루의 중심이 살짝 기울고, 감각이 가벼워지는 시간.
이 작품은 봄날 오후의 나른함과 그 안에 머무는 고요한 충만함을 담고 있다.
빛은 단단하지 않고, 스며들며 퍼지고,
그 아래에서 몸과 마음은 방향 없이 이완된다.
감각은 흐르고, 형태는 천천히 늘어진다.
나는 어린 시절,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몸으로 느끼고, 햇살에 녹아 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다시 떠올릴 때마다 낯설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그런 기억과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익숙한 햇살과 평온한 오후,
그 안에 숨어 있는 몸의 흐름, 감정의 결, 그리고 멈춰진 듯한 시간을
색과 선의 느릿한 움직임으로 시각화했다.
‘시간의 가장자리’는
나에게 기억과 감각이 동시에 누워 있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몸은 조용히 흐르고, 마음은 충만한 공백을 경험한다.